적극적인 구직자

면접 볼 때, 구직자는 아무래도 을의 위치에 놓인 것 같은 기분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데요. 뭐 어느 정도 맞는 말 같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좀 강하게 푸시를 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적이 있어요.

몇 년 전, A 란 회사와 면접을 보는 중이었는데, 채용담당자가 인수인계를 안한 채 긴 휴가를 가버려서 한 달간 연락이 끊김... 기다리고 기다려도 너무나 연락이 안 오고, 저는 연락을 할까 말까 고민하면서 서서히 메말라 감...

떨어졌다 생각하고 다른 곳들에 추가로 이력서 내고 면접도 보기 시작했지만, 저길 저렇게 날리기는 너무 아쉽다고 생각을 했어요. 꽤 높은 사람이랑도 기술 & 인성 면접을 본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그 높은 사람에게 직접 메일을 쓰기로 결심했고, 그간 있었던 일들의 타임라인을 쭉 정리했어요.

"이날 니 채용담당자가 나한테 적어도 XX 일 뒤엔 연락 주겠다고 했는데, 사실은 일주일 넘어서 이날 연락을 줬고", 등등등... 정리해 보니 엄청 길더군요.

"떨어뜨리려면 떨어뜨려라. 하지만 이렇게 중간에 연락이 한 달간이나 끊기는 건 너희 회사가 주장하는 문화와도 동떨어진 행위 같다."

결국 사과 메일이 오고 그거 잘 진행돼서 최종 합격함. 만약에 그때 여기 다시 안 두드리고 다른 곳을 진행해서 다른 곳을 휙 가버렸으면, 뒤늦은 소식에 안타까웠을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다른 얘기로, B라는 회사와 면접이 잘 진행되고 있었음. 채용담당자가 희망 연봉을 물었고, 제가 살짝 세게 불렀음. 일단 그 정도는 힘들 것 같지만, 한번 내부 확인을 해보고 추후 알려주겠다고 했고, 그 이후로 면접은 잘 진행이 됐어요.

최종 면접을 다 봤고, 탈락 소식을 들었습니다.

무조건 붙었다고 생각이 들 만큼 너무 만족스러운 면접들이었는데 전부??? 왜 떨어졌지? 면접 과정에서 우리가 나눈 대화는 다 가짜였나? 그들이 연한 건가? 내가 맘에 안 들었는데 그냥 적당히 연기한 건가? 온갖 괴로움에 휩싸이고, 이대로 넘어갈 순 없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그 채용 담당자에게 한 15분 정도 짧은 통화를 제안했어요. 그리고 통화를 해봤는데, 알고 보니 탈락한 이유는 제가 부른 연봉을 맞춰줄 수 없어서 그렇다더군요? 그리고 그들이 제게 줄 수 있는 최고 금액은 XX 이다 라고 하는데...

사실 그게 제가 기대하고 있던 거였고,

전 그냥 그보다 살짝 더 불러봤던 거거든요. 그래서 제가, "내가 그 금액을 받아들인다면 이 deal은 아직 살아 있는거냐?" 라고 물으니, 맞다고 하더군요 😅 그래서 그 딜을 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추후에 그 딜이 죽으면 큰일 날 상황이 벌어졌어요. 그 통화를 하기 너무 잘했다 싶더라고요.

원하는 걸 잘 요구하거나 잘 따지는 분들도 있지만, 전 안타깝게도 어려서부터 그러면 안 된다는 식의 교육을 받으며 컸는데요. 이렇게 몇 번 큰맘 먹고 질러보면서 '아, 해도 되는구나. 경우에 따라 정말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구나.' 하는 긍정적인 경험을 쌓게 되었고, 이걸 공유하고 싶었어요 🙂

https://twitter.com/eunjae_lee_ko/status/15911042156145090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