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olia 에서의 1년

지금 이 환경과 사람들이 너무 좋다. 많이 배우고 있다. 1-2년 전에 비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벌써 1년이 되었다니 믿기지 않는다. 나는 2019년 3월 4일, Algolia 에 입사했다. 2019년도에 대한 전반적인 회고는 따로 포스팅(2019 Recap)을 했기에, 보고 배운 점들은 이 글에서는 생략할 생각이다. 미리 경고하자면, 이 글은 꽤 길고 지루할 수 있으며, 한탄 섞인 내용들이 많을 예정이다.

한국에서,

한국에서는 소위 워라벨이 존재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한다는 말은 야근을 한다는 것과 거의 같게 여겨진다. 일을 업무 시간 내에 잘 해냈더라도, 정시에 퇴근을 하면 안좋게 보는 눈빛들이 있다. 일을 업무 시간 내에 끝냈더라도, 야근을 하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테니, 위에선 당연히 안 좋아하겠지. 티맥스 소프트의 박대연 회장은 자사의 제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야근을 하다가 이혼당한 개발자, 쓰러진 개발자를 언급하며 자랑스러워하기도 했다(참조).

한국에서는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좇아가기 힘들었다. 내가 느끼기로는, 많은 사람들은 안정화될 때까지 혹은 책 등으로 번역되기를 기다린 후에야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부족한 영어로 나 스스로 새로운 것들을 즉각적으로 공부해보려고 해도, 주변에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으니 지식이 자라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고 실험해볼 정신적인 혹은 실질적인 시간 자체가 존재하질 않는다.

이 회사...

Algolia 에 입사 전, 나는 한국에서 한 스타트업에서 일했다. 그리고 그 이후 큰 회사에 인수되었다. 그 당시에 나는 싱가포르 지사로 파견돼서 에서 일하며 살고 있었다. 이 큰 회사는 우리를 인수하면서 싱가포르에 있는 인력을 이용해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확장할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인수 이후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아무런 계획을 들을 수 없었고, 오히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직원들의 비용 문제를 언급하며 다시 돌아오라는 이야기를 듣기에 이르렀다.

인수 당시에 계약서에 내게 좋지 못한 조항이 있었다. 나는 인수 3년 이내에 회사를 떠나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그들이 인수를 하던 당시에, 내가 가지고 있던 지분을 샀다. 그 말인즉슨 나는 돈을 얼마 정도 벌었다. 하지만 그 계약에 따르면 내가 떠나면 그 돈을 되돌려줘야 했다. 어이없는 점은 그 돈을 받자마자 20% 정도를 세금으로 냈는데, 퇴사를 하면서 나는 100% 를 돌려줘야 했다. 20% 의 손해를 본 셈이다. 게다가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내가 넣었던 투자금도 다 날아간 셈이다. 나에게 큰 재정적인 마이너스였다. 하지만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떠나고 싶은 곳이었다. 나뿐 아니라 다른 두 명도 비슷하게 퇴사했다.

퇴사 전에, 그 회사는 나에게 한국 오피스로 돌아와 인수인계를 하라고 했다. 나에게 한 달간 들어와 있으라고 했다. 나는 싱가포르에서 파리로 이사할 시간이 필요해서 한 달은 부담됐는데, 한 달간 들어오라고 했다. 그래도 마무리는 좋게 해야지 싶어 수락했다. 하지만 그들은 내게 숙소를 제공하지 않았다. 내가 한국 사람이지만 한국에 살고 있지 않은 상황이고, 부모님 집에서 출퇴근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 숙소를 제공하지 않았다. 내 사비로 에어비앤비를 한 달간 예약했다. 내 비행기 값만 대줬고, 아내의 비행기 값은 사비로 결제했다. 12월이라 아내의 비행기 값을 줄이기 위해, 싱가포르에서 한국 원래 6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를 경유하는 비행기로 바꿔 10시간 걸려 한국에 갔다.

내가 퇴사하던 시점에 인사팀에서 실수를 했다. 나에게 너무나 큰 스트레스였고 아주 적은 금전적인 손해를 보았다. 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스트레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내가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노력했는데, 그들은 별 신경도 안 쓰고 대꾸도 안 해주더니, 결국엔 터져버렸다. 그리고 끝끝내 그들은 미안하다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내가 벼르고 기다렸는데, 단 한 번도.

Algolia

나쁜 이야기는 이제 여기까지만 하자. 나는 Algolia 를 선택했다. 그들의 제품이 대단해 보였고 기술적으로도 월등해 보였다. 내가 아내와 다른 나라로 이사를 하는 상황에서 Algolia 는 충분히 크고 안정적 이어 보였다. 한편으로 Algolia 는 여전히 스타트업의 분위기로 빠르게 성장하며 액티브한 느낌을 주었다. 많은 블로그 글들을 읽으며 그들이 문화를 엄청나게 강조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허울뿐이 아닌 실제로 문화의 힘을 믿는 리더들이 이끄는 회사 같았다. 어떤 면에서는 내가 다녔던 "다음 Daum"과 비슷한 느낌이 났다.

어떻게 채용이 되었는지

인수는 2017년 말에 일어났다. 우리가 하던 프로젝트들은 모두 중단되었다. 우리는 새로운 일을 하게 될 거라고 들었다. 그래서 2018년 초에는 한 두 달 정도 큰 일 없이 공부를 하며 새 프로젝트를 준비할 기회가 생겼다. 그래서 그동안 스타트업에서 생존을 위해 야근하던 그 몇 년간 있었던 수많은 새로운 기술들을 공부하며 트렌드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많은 것들을 배우다가 자연스레 발견한 사실은, 외국에서는 개발자들이 전부 트위터에 모여서 거대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트위터가 그렇게 많이 쓰이지 않아서 몰랐다. 그래서 사람들을 팔로우 하기 시작하고, 요즘 어떤 기술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계속 읽고 공부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8년 6월에 나는 결심했다.

나는 한국과 싱가포르를 벗어나서 유럽이나 미국에서 직업을 구해야겠다. 내 영어는 아직 그러기엔 부족하다. 내 동료들은 전부 한국인이기 때문에 나는 외국인들과 영어 연습을 해야 한다. 앞으로 1년간 이를 위해 투자하고, 내년 이맘때쯤 지원을 해보자.

이런 생각을 한지 얼마 안 되어서, 한 채용 공고를 보게 되었다. Algolia 의 파리 오피스에서 JavaScript 개발자를 채용한다는 것이었다.

와, 이게 딱 내 dream job 이네. 내년에도 비슷한 공고가 뜨면 좋겠다. 일단 준비를 열심히 해보자. 내년에 꼭 지원해보자. 할 수 있다!

내가 바로 지원해볼 수 있는 그런 포지션이 아니었다.

그리고 딱 일주일 뒤에 트위터에서 누군가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그 사람은 그 얼마 전부터 나를 팔로우하고 있었다. 그 당시에 나는 내 계정에 볼 게 없는데 왜 팔로우하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 사람이 메시지로 하는 말이, 아시아 지역에 고객 기술 지원을 담당하는 사람을 뽑고 있는데 지원해보지 않겠냐고 했다. 나는 사실 파리에서의 JavaScript 개발자 자리가 탐난다고 했다. 그가 지원해보라고 했다. 나는 자신이 없다고 했다. 그는 괜찮다고, 네가 이런 저런것들 한 것 봤는데, 괜찮아 보이니 지원해보라고 했다.

그래, 내 이력서가 별로면 떨어지겠지. 떨어지면, 내년에 다시 지원하지 뭐.

그리고 말도 안 되게 서류가 통과되고, 몇 번의 면접을 걸쳐 최종 합격을 했다.

지금,

이제 1년이 되었다. 지금 이 환경과 사람들이 너무 좋다. 많이 배우고 있다. 엄청 성장하고 있다. 나 스스로가 많이 바뀌고 있다. 1-2년 전에 비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여러 컨퍼런스에 발표자 신청을 했고, 두 군데에서 합격 통보를 받아, 두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할 예정이다. 예전에 없던 새로운 모습이다. 게다가 아내도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우리 고양이는... 사실 언제나 행복하다. 그래서 우리 셋은 아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